75리터 쓰레기 봉투를 사왔는데, 분노의 집정리를 했더니 그새 가득 찼다.
아니 내가 1년동안 비우고 또 비웠는데, 어째서 아직도 비울게 이렇게 많이 남은 걸까?
어느 순간부터, 남편과 싸우고 난 뒤에는 집안청소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싹 다 갖다 버리고, 각맞춰서 정리해놓고 나면 기분이 개운해졌다.
남편은 갖다 버릴 수 없으니 물건을 갖다 버리는 것이다.
나란 인간은 스트레스 해소조차 어쩜 이리 실용적인지,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불쌍하다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늘 그렇듯 별거 아닌 주제로
'너의 태도' 와 '너의 말투'를 문제삼아 서로 공격하고,
그 뒤 며칠동안 우리는 서로를 투명인간인것 처럼 대한다.
분명 둘 다 성실하고, 서로 신경쓰는 다정한 부부임에도, 우리는 대화만 좀 길어지면 참 쓸데없는거로 악을 쓰며 싸우고 있다.
내 입장에서는, 남편은 이세상 모든 사람중에서 나만 이겨먹으려고 늘 작정하는 사람인 것만 같다.
왜 이렇게 안 맞지?
부부간의 대화가 이렇게 늘 재미없어도 되나?
둘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럴때면 늘 헤어지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혼이 아니더라도 별거만 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애도 아닌데 남편 생활의 모든 걸 뒤치다거리 하는것도 너무 지겹다 이제.
하루종일 이런생각하면서 정리하고 버리고 쓸고 닦고 하던 도중에,
유튜버 부읽남님의 영상을 하나 틀어놓게 되었다.
비혼에 관한 영상이었다.
비혼들이 제일 힘든 건, 제대로 먹을 걸 못챙겨먹는 것과 아플 때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고독사 위험도 존재)
하긴, 자식이나 친구가 있어도 매번 같이 밥을 먹고 매일 건강을 챙겨주긴 힘드니까..
최근 혼자 사시는 남편의 외할머니도 뒤늦게야 치매가 걸리신 걸 알게 되어서, 집안이 비상이 걸렸었다.
영상을 보고, 남편의 외할머니 생각을 해보니 그래도 노후를 위해서 누군가와 같이 사는게 나을 것같단 생각을 했다.
물론 그게 나이가 들어 친구와 같이 살거나 실버시설에 들어가도 되겠지만,
그래도 내집에서 내가족과 같이 지내는 것보단 좋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젊을 때는 그리 허구한날 싸우시더니, 나이가 드시니 둘이서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아빠 간경화 증상이 있으니 같이 서울로 병원도 다니시고 하신다.
부부라는게 아주 친한친구나 자식이랑은 또 다른 관계이다. 쉽게 남이 될 수 있지만, 그 누구보다 하나같은 관계.
정말 부부란 애증의 관계인가 보다.
지인 부부가 결혼한지 10년이 지났는데, 정말 서로 너무 미운 순간이 있었지만 어느순간부터 괜찮아졌다고 한다.
화내지 말고 계속 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데 말이 쉽지, 이렇게 꼴뵈기가 싫고 뭔 말만 하면 듣기도 싫어지는데 뭘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내게 시간이 필요하다. 싸우기도 너무 지쳤다.
아이랑 저녁을 먼저 먹고,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저녁상을 차려놓고 안방으로 들어와있다.
밥을 먹는 남편에게 오늘 점심도 싹싹 긁어먹었다고 귀엽게 쫑알쫑알 떠드는 딸의 목소리에 반응해주는 남편소리를 들으니, 부녀가 귀여워 웃음이 난다.
저 아빠와 딸은 귀엽지만, 남편은 너무 짜증난다.
정말로 이 시기가 지나면 괜찮아질까? 그저 견디다 보면 좋은 날이 오는 걸까?
난 왜 이렇게 미성숙한 인간인 주제에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을까?
나같은 인간은 그냥 미성숙한채로 멋도 모르고 싱글로 그냥 적당히 즐기다가 저세상 갔어야 했는데..
집정리를 다 하면, 뭘해야할지 찾아봐야겠다.
아직도 머리가 복잡하다.
'썬마마 Life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머리를 100가닥은 뽑은 것 같다 (0) | 2022.09.05 |
---|---|
망할 미국진드기(집먼지 진드기 없애는 방법) (1) | 2022.08.31 |
집은 한 채 있어야 하지 않을까? (0) | 2022.07.01 |
아이 두돌까지는 생존이 목적이다 (1) | 2022.06.28 |
호르몬의 노예일때는, 카페인이 필요해 (1) | 2022.06.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