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금반지를 팔았다.
감사하게도 백일,돌 때 친인척들에게 받은 돌 반지가 꽤 많았다.
도둑이 들어와도 훔쳐갈 것 하나 없는 집에, 혹시나 유일하게 훔쳐갈 만한 귀한 것이라서
붙박이장에 붙어있는 서랍에 꽁꽁 숨겨두었었다.
써니가 금반지를 받을 때가 벌써 얼추 2년 전.
한 돈에 20만원 정도 했다고 들었다.
이번에 처분할 때 받은 돈은 한 돈당 27만원 정도.
연수익률 17.5프로? 나쁘지 않다.
어떤 전문가는 금값이 10년마다 두배씩 오른다고 했다. 지금은 오르는 초기라고 한다.
어떤 전문가는 국제적 위기가 가라앉고 있기 때문에, 금값은 이제 내릴 거라고 한다.
이러든 저러든 금 값이 오를지 안 오를지 알아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욕심 부리지 않고 팔기로 했다.
내가 젤 잘 하는거,
팔고나서 가격 확인 안하기!
(멘탈 관리에 아주 좋다~)
개인적으로 금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재미가 없다.
금은 일하지 않는다.
금 한덩이는 똑같이 금 한덩어리일 뿐이지만, 외부 환경에 따라서 값이 천차만별이 된다.
뭐 분석할 수 있는 것도, 대응할 수 있는 영역도 전혀 없다.
일단, 금을 팔기로 결정한뒤 지역 맘카페에 금을 어디서 처분하는지 문의 글을 올렸다.
광고인지 실제후기인지 모르는 댓글들이 잔뜩 달렸다.
네이버에서도 금 거래소를 검색해봤다.
그렇게 알아낸 금거래소에 모두 전화를 걸어 금반지를 팔려고 하는데 한돈에 얼마인지 확인해봤다.
그날 시세는 오전 10시반에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정확한 시세를 알기 위해서는 10시반 이후에 확인해봐야 한다.
매매를 할 금 거래소가 결정되었다.
뭐 사실 그게 다 그거 같지만, 그 중에 그래도 쪼끔 더 값을 쳐주고
주차가 편한 쇼핑몰에 위치한 금거래소로 정했다.
(왠만한 금거래소는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었다. 금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후덜덜할 듯..)
처음 해본 금거래는 내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쉬웠다.
"금반지 팔러 왔는데요." 말 한마디 하자,
직원은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금반지들을 모두 모아 저울에 올려서 확인하고,
내가 받을 금액을 프린트해서 보여줬다.
(금반지는 받을 단가에서 5천원씩 뺀다...이유는 이해 안가지만..뭐...이유가 있겠지...)
그리고..내 계좌번호를 받더니.. 가란다..
본사에서 20분 이내에 돈을 보내줄 거라고 한다.
(아 그래..이번에 알게 된건데, 금거래소도 체인이 있는 것 같았다. 같은 체인점은 금값이 똑같다.
내가 팔았던 곳은 한국금거래소. 이름이 같다면 굳이 전화를 다 돌려볼 필요가 없다.)
흠...
이러다 떼이는 건 아니겠지? 설마 이 금반지 몇개 사기치려고 이 가게를 닫는건 아니겠지?
별의별 생각을 하며 주차장으로 가는 중에
"띠링"
다행히 입금이 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바로 그자리에서 온라인 뱅킹을 확인해보니,
아까 프린트 되어 있는 금액대로 돈이 들어와있었다.
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있을 때는, 그렇게 귀한 물건 같더니
이상하게 통장 잔액으로 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았네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경제관념이 없어지니, 계좌에 있는 돈은 돈같지 않아서 펑펑 써대지....)
"저 아기 금 팔았어요." 라고 말하니, 다들 "왜?" 라고 의아해 하는 눈으로 본다.
예전부터 금반지는 정말 급한 돈이 필요할 때 파는 것.
함부로 건들지 않는 것.
전쟁 나면 들고 갈 가장 우선의 것. 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뭐, 정말 돈이 급해지면 어떻게든 돈 구할 곳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그런 걱정은 해본적이 없다.
그리고 항상 한 두달 정도 수입이 들어오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비상금은 준비해 놓는 편이다.
전쟁이 난다고 치면, 요즘은 핵전쟁이라 뭘 준비할 시간이나 있을지나 모르겠다.(모두 아디오스...)
또, 집에 귀중품이 없다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홀가분하다.
내가 평생을 금을 헷지차원에서 들고 있던 사람이 아닌지라,
금이 항상 내 공간에 있다는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무겁게 했다.
물론 부자들은 골드바도 금고에 넣어두고, 나중에 몰래 자식도 주고, 위기 때 현금화도 하고 그런다지만..
뭐.. 부동산 올인한 우리네 하우스 푸어들에게 그정도의 자산배분할 정도의 양도 아니니..
속시원하게 팔아버려~!
결론만 얘기하자면,
금을 팔고 난 다음날 바로 은행에 가서 아이 주식 계좌를 만들어서, 주식을 사줬다.
이 주식 얘기는 또 다음편에..
금값이 어마어마하게 오른다면 가슴이 좀 쓰리겠지만..(이미 40만원대에서 꼭지 찍고 내려온 금값..)
뭐 또 그 돈이 굴러 굴러 다른 자산을 불러 오기를 우주의 기운을 담아 염원해본다.
아 그리고 금반지를 담아뒀던 상자는 금팔았던 금거래소에 드리니, 좋아하셨다.
어차피 집에 갖고 있어봤자 쓰레기만 늘어나는데, 다시 잘 활용되어 귀한 아이에게 좋은 기운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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