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개나 소나 글을 쓰고 책을 낸다.
나는 책을 내고 싶은가?
딱히 그런것도 아닌 것 같다.
이 세상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참 많다. 내가 이제와서 글을 열심히 쓴다고 해도 애초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진 컨텐츠가 확실하다면 모르겠지만, 뭐 딱히 그렇다고 아주 특별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컨텐츠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또 웃긴건 아주 아무나 글을 쓰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그래도 글을 쓰고 싶은 정도의 사람들이면, 책이나 남의 글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다. 내 남편을 비롯하여 내 주위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우리가 낮은 수준의 사람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평범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나로서는 그냥 퉁쳐서 요즘 사람들은 대체로 이렇다 라고 표현할 것 같다.
나 역시 일기 한번 제대로 써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사람으로서'가 맞는지 '사람으로써'가 맞는지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고, 내가 뭘 얘기 하고 싶었던 건지 이야기가 한라산에서 시작해서 백두산으로 가있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었던 글이 있으면 그 글이랑 비슷한 문체로 글이 써진다.
난 지금까지 그래왔다.
관심 가는 것이 생기면, 그대로 따라했다.
요즘 내가 따라하는 것들은, 미니멀리즘과 집밥(정확히 말해 좋은 먹거리)이었다.
열심히 갖다 버렸고, 왠만한 상판에는 남겨진 것이 없다.
그리고 열심히 유기농 음식들을 구해, 정말 열심히 삼시세끼 해서 아이를 먹이고 나도 먹이고 남편도 먹고.
다시 산에서 돌아오면,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지금은 정확히 배출용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무지막지한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뭐라도 해야할 것 같으니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댔다.
아이랑 멍때리며 놀아주면서, 아이를 재우지만 난 잠이 안오는 시간에도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고, 다양한 감정들이 수시로 내 마음과 머릿속을 오고 간다.
너무 많이 먹으면 배출을 해야 하는 법.
뭔가를 말하고 싶은데, 말하는건 맨날 거기서 거기. (특히 세살짜리와의 대화는 뭐 더이상 나올 것이 없다. 38살의 남편과도 크게 다르지 않음)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이 정리된다.
해리포터에서도 머릿속에서 생각들을 지렁이마냥 꺼내서 객관적으로 보곤 하잖냐.
뭐 그런거다.
조금 아쉬운건,
배출이 아니라 소화같은 글이었음 좋았을 것이라는걸.
하지만 지금 나에겐 그런 여력이 없다.
이 블로그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아이를 한참 어린이집에 적응시키던 중이었다.
몇 년만에 내게 생긴 첫 자유의 시간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만의 컨텐츠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
그런데 코로나 이새끼 진짜...
거기다가 우리 아이는 어느순간부터 낮잠을 안자는 아이였다.
(어린이집에 가도, 10시에 갔다가 낮잠자기전 12시 반이면 집에 온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다시 인풋만 쌓여간다.
나만의 무언가, 그 무언가를 못만들고 있다.
아 내뱉고 싶어, 근데 뭘 내뱉고 싶은지조차 모르겠어.
지금이야 열심히 가족들 밥 해먹이고, 하루종일 아이와 눈맞추며 놀아주면 되지.
남편 올 시간 맞춰 저녁해서 같이 먹고, 애 씻기고 나 씻으면 잘 시간.
그때부터는 또 목적이 없으니 멍하니 잠든 애 옆에서 핸드폰이나 하다가 늦게 잠을 잔다.
분명히 잘 살고 있는데,
왜 이렇게 허무하지?
왜 이렇게 불안하지?
아이가 내 품을 조금씩 떠나게 되면, 난 뭘해야 하지?
일?
일이야 처음 시작할 때나 뭔가 되는 거 같지, 사실 일을 한다고 내 자신이 성장하는건 아니다.
일이 빡세면 자기 계발은 더 더디어진다. 기본적인 생각조차 안하고 살게 되거든..
개나 소나 글을 쓰는 이 시대.
근데 진짜 개나 소는 글을 못쓰는 이 시대.
글쓰는 사람들은 글을 일단 써보라고 한다.
아니 써서 뭐해? 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뭐라도 쓰고 싶어 죽겠다.
쓰면 된단다.
일단 한번 써보려고 한다.
이 공간이 너무 좋은게,
분명 오픈되어 있는데, 아무도 안봐.
정말 정말 내가 나중에 너무 좋은 컨텐츠를 만들때는, 수정 좀 하지 뭐.
나도 다시 안 볼 글들을 열심히 배출해보려고.
그러다 보면 또 아나?
어느 순간 훌륭하게 소화가 된 내 생각들이 엄청난 영양분이 되어 내게 넘어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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