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은 시간을 벌기 위해서이다.
내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시간,
마음껏 책을 읽고, 여행을 갈 시간.
돈이 억만금씩 있을 필요도 없이,
내가 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다면 더이상의 돈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외의 돈을 바라면, 그 때부터 돈은 수단이 아니고 목적이 된다.
그렇다면 돈은 벌어도 벌어도 부족하다고 느낄테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버린다.
생업에 집중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
자금이 0인 상태에서 어느 정도의 노동력을 투입해야만 기본적인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이기에..
하지만 주식에 투자하고 하루종일 주식차트만 들여다보고,
기술적으로 제때 치고 빠지기 위해서 차트 기술을 연마하고
혹시나 뉴스에 따른 급락을 확인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뉴스를 보는 것은
시간을 버리는 일이다.
나의 전업은 육아와 살림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아이의 눈을 더 맞추고,
재료를 다듬어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내 식구들에게 먹이는 것이
지금의 시간에 가장 값진 일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 뉴스 봐야된다고,
엄마 이거 재테크 책 봐야 된다고
"핑크퐁 좀 보고 있어~" 이러고..
퇴근한 남편한테 급하게 양념고기나 오븐에 구워서 내어주는
그런 내가 있었다.
그래도 남들처럼 아침 경제 신문을 꼼꼼하게 읽지 못해서 중요한 뉴스들을 놓칠 것 같았고,
수많은 경제 유튜브를 집중해서 보지 못해서 공부를 제대로 안하는 것 같았고,
지금 떠오르는 업종이 무엇인지,
내가 뭘 놓쳤는지
매번 종종 거렸다.
매번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고 느꼈고,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안 주는 남편과 아이가 귀찮을 때도 있었다.
물론 좀 더 집중하면, 재테크에 더 성공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내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 시간에 놓치는 것이 많을 것 같다.
미래에 돈을 많이 벌어서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오늘의 날씨는 정말 화창하고,
지금의 세살배기 딸래미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남편도 뭐...미래라고 크게 더 좋아질 것 같지 않고..
꼭 비싼 음식 아니어도 맛있는 음식을 다 같이 둘러 앉아 먹을 수 있는
오늘이 있지 않는가?
이리저리 투자를 한지 5년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봐서 크게 돈을 번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돈을 벌었는데,
그동안 머리 쓰고 마음쓴거에 비하면 글쎄..
그정도의 가치가 되는지 모르겠다.
주식은 좋은 기업을 사야하는 거다. 라고들 하지만,
그 좋은 기업을 내가 어떻게 아나?
성공한 주식투자들처럼 그 업계의 스토리를 다 알고,
회사에 직접 가서 사장을 직접 만나보고
허구한날 주담에게 전화걸어서 확인하고
그러고 나서 확신이 들면 투자한다는데..
실질적으로 보통 개미 투자자들은 불가능하다.
분명히 내가 주식을 살 때는, 이 기업이 정말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사업도 유망사업인것 같고, 오너리스크도 없는 것 같고,
비록 주가가 좀 빠지더라도 나는 끝까지 장기 투자 할 계획이고..
또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와 이 회사는 투자 안하면 바보다..싶다.
하지만 그렇게 산 회사들은 모두 주가가 떨어지면 불안해하고,
그때부터 나의 선택을 후회한다.
그러다가 본전을 뽑거나, 약간의 이익만 남으면 얼른 팔아버린다.
이러니 내가 큰돈을 못벌지.
그렇다고 재테크를 그만할 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투자를 안한 다는 건 손해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서 퀀트 투자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근에 관심 있었던 레이달리오의 올웨더포트폴리오도 퀀트 투자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았다.
퀀트 투자는 쉽게 말해 자산배분에 관련된 투자인데,
내가 기업을 고르지 않는다. 그냥 계량투자이다.
내 생각과 판단이 들어가지 않는다.
초반에 재테크 공부를 할 때만 해도 이런 이론을 들으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그게 무슨 주식이야.
주식이란 자고로 그 회사에 평생 성장할 생각으로 투자하는 것이지.
그렇게 아무거나 사버린다고?
그런데, 나의 5년을 되돌아보면,
나는 내가 생각했던 제대로 투자하는 투자자가 못되는 것이 확실하다.
나의 장기투자는 주가가 급락해서 손실확정하기 싫었던 비자발적 장기투자만 있었을 뿐이다.
정말 계량투자를 했어도, 지금까지의 이익률보다 훨씬 큰 이익률을 얻었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투자보다는 고통은 훨씬 덜 했겠지.
사실 고통이야 그냥 겪으면 되지만,
이 불안감이 싫다.
내가 뭔가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
내가 한 결정이 틀릴 것이라는 불안감.
이제 마음 편하게 계랑투자 위주로 투자하려고 한다.
사실 나에게 최고의 투자는
남편이 집안일 머리 안쓰고 편한 마음으로 회사에 최대한 오래오래 다니게 하는 것이고,
지금 공들여 키운 내새끼 학창시절에 공부와 마음에 돈을 쓰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집안의 소비를 줄이고, 가족 건강을 위해 쾌적한 환경과 올바른 먹거리를 준비해주는 일이겠지..
그렇다고 세상과 연을 끊겠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경제 기사도 챙겨보고,
요즘 이슈가 뭔지 찾아보고
관심있는 산업 있으면 공부도 해봐야겠다.
단, 이것들이 의무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나를 위해서 가족들을 위해서.
미래가 아니고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나가자.
지금의 시간을 미래의 시간을 위해 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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