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의 육아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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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마마 Life/Diary

관종의 육아치료

by 썬마마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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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종이었다.

아니 지금도 관종이다.

그런데 요즘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나는 지금 아이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학교 다닐때나 회사 다닐때만해도,

나에게 생긴 약간의 변화들 혹은 내 행동들을 누군가가 꼭 봐주고 알아차려주길 바랬다.

솔직히 인기도 많았으면 좋겠고, 다들 내 얘기를 했으면 했다. (물론 바람만 그랬을 뿐, 아싸에 가까웠다.)

사람들이 내게 관심이 없으면, 우울해졌다.

부모님이 내게 칭찬을 많이 해주며 큰 편이 아니라, 인정욕구가 강한 편이었다.

회사다닐때는, 동료들이 내 생일을 몰라준다고 홀로 눈물을 글썽인적도 있었다.

(나중에 생일파티를 열어주셨지만, 내 표정이 이미 썩어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낯뜨거운 기억이다.)

 

그런 내가,

요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신경쓰는게 전혀 상관이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제서야 어른이 됐구나,

정말 내면이 성장하여 내 스스로의 평가가 더 중요한걸 깨달았구나 하고 지레짐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 관종력이 사라진 게 아니고, 내가 지금 충분히 관심을 받고 있어서 그 욕구가 사그러들었다는 것을..

 

내 아이는 내 말 하나하나 다 기억을 한다.

내가 했던 행동도 모조리 기억하고 관심있어 한다.

내가 소소한 일을 해도, 쪼르르 달려와서 "엄마, 뭐해?" 하고 묻는다.

 

되게 귀찮다.

 

심지어 내가 화장실가서 볼일을 볼 때도,

변기 옆에 딱 붙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한다.

이런 귀여운 스토커 같은 존재를 봤나..

 

생각해보니,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남들의 시선을 신경 안썼던 것 같다.
친정 엄마가 아무리 내 옷이나 살이나 머리 등을 지적해도, 

예전처럼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한 귀로 흘려보냈었다.
나에게는 내가 예쁘다고 해주는 남편이 있고,

그저 엄마가 최고인 다섯살 딸이 있기에 모든 외부적 비난이 하잘것없게 느껴졌다.

 

 


난 실제로 괜찮은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란 인간에게 결혼과 출산은 축복이었다.
이런 가족을 얻어서, 나의 관종력이 채워졌다.

물론 아직 내 남편은 내가 했던 말도 기억 못하고, 내가 뭘하는지 관심없을 때도 수두룩하다.
(자긴 아니라고 우기지. 뭐 근데 사실 나도 그러니, 퉁칩시다.)

나의 열렬한 관객인, 내 딸.
이 아이도 좀만 크면 나에게 관심이 없어지고,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겠지.


미래야 어쩔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들은 나의 관종력이 충분히 채워지다 못해 넘쳐진다.
아이가 크면, 나는 또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이것저것 일을 저지르려나?

 

 

 


귀찮지만, 덕분에 내가 충만해지게 해주는 너의 관심.
고맙다.

그렇게 오늘도 나의 화장실 문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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